제주에서, 2021년 11월, 가을에
제주 학회, 오빠랑 첫 제주 여행, 겸사겸사 다녀왔다.
놀랍게도 성인이되고 처음으로 제주도를 방문해서 매우 설레었다.
날씨가 엄청 좋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오빠를 기다릴 수 있어서도 좋았다.
오후 2시 쯤 오빠가 공항에 도착해서 렌트카를 빌리고 공항근처에 딱새우 김밥을 판다고 하는, 제주시 새우리 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2만원 초반대로 남녀 둘이 먹기 적당한 (?) 양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기록하는 것이라 기억이 왜곡돼서 풍족히 잘 먹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기억에 남는 맛은 아니었던거시다. 무엇보다 딱새우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던 것 같다.
제주 공항 근처에 이런 네모네모한 김밥을 많이 파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둘 다 제주에서 맛집을 찾기보다는 숙소 찾기에 올인했기에 공유하고 싶은 제주 맛집 정보에는 자신이 없다..
Information
- 운영 시간 : 연중무휴 9:00 - 19:30 (재료소진 시 마감)
- 주차 공간 : 거의 없다. maybe? 마을이라서 주차하기 힘들다.
제주에 가기 전 오빠에게 찡찡댄 것 중 하나는 꼭 동백꽃을 보고야 말겠다는 것이었다.
그치만 이 때는 11월 중순이었고 제주에서의 동백꽃 개화는 11월 말부터라고 한다. 게다가 2박 3일 동안 제주시에만 있을 예정이었는데, 대부분의 동백꽃 명소는 서귀포에 있었다.
여행의 효율적인 동선과 드라이버 (오빠)를 위해 내 욕심을 한 번 꺾었다.
그래도 동백꽃은 보고 싶어서 엄청난 검색 끝에 북촌에 가면 이라는, 제주시에서 동백꽃밭을 운영하는 카페를 찾게 되었다.
- 북촌에 가면
해지기 전에 이쁜 우리 사진 건져보겠다고 음료 두 잔 시키고 다 먹지도 않고 카페 외부로 나왔다.
꽃봉오리 상태의 만개하지 않은 동백꽃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동백꽃과 하늘의 색깔은 이뻤다.
원했던 사진은 동백꽃이 만개하여 꽃 잎들이 바닥에 흩날린, 말 그대로 '꽃 길' 위에서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아쉽지만 나중에 겨울에 방문하게 될 때를 위해 아껴두는 것이라고 합리화를 해본다.
아 카페 사장님께서는 사직 작가 이신거 같다. 그래서 카페 방문객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시는데, 찍어주시는 대신 인스타에 박제되는 give and take 가 있었다.
부끄럼 많은 우리라 안그래도 삼각대를 챙겨온 김에 우리끼리 찍자고 했다.
Information
- 운영 시간 : 연중무휴 10:00 - 18:00
- 주차 공간 :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다.
- ETC : 핑크뮬리 밭도 있다. 포토 스팟이 꽃밭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리고 노을을 보러 함덕해수욕장에 갔다. 물론 해 지는건 서쪽에서 볼 것.
아마 우리의 첫 바다였지? 항상 처음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강박 때문인지 괜히 첫 바다, 첫 제주, ... 하는 것 같다.
여기서는 우리가 너무 이쁘게 담겼던 우리의 사진 스팟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 함덕 해수욕장
조금 더 어둑해졌을 때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지만, 그라데이션 하늘은 더더욱 짙어졌다.
위 3개의 사진에서 맘에 드는 부분은 지평선에 반짝거리는 불빛들이다.
저 불빛들은 어선의 빛들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드넓은 지평선에 어선들이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은 아마 제주라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선장님들은 일하시느라 힘드셨겠지만.. 우리들의 사진에는 하나의 포인트가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그렇게 함덕해수욕장에서 사진을 건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을정도로 붐볐던 동문시장으로 가서 바베큐용 삼겹살, 딱새우 회, 광어/우럭, 아직도 가끔 생각나는 녹차 쫀드기까지 잔뜩 사서 숙소로 향했다. (동문시장 전용 주차장은 사람들 많을 때 가면 정말 헬이다. 차는 다른 곳에 대시길..)
그리고 도착한 제주에서의 첫 번째 숙소,
- 신촌 돌집
세상에, 숙소 실내를 한 개도 안찍었다. 아마 저때는 내가 블로그를 할 줄 몰랐었겠지.?.
하여튼, 11월 중순의 제주는 야외에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숙소 활용해서 분위기 좀 내보겠다고 밖에서 담요 덮고 밥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숙소 문 너머로는 고양이가 알짱대고 있었다.
불러도 오지 않고 곁에 있는걸 보면 아마 사람 손을 많이 타진 못했지만 옆에 있으면 떡 하나 쥐어주는지는 아는 고양이처럼 보였다.
손으로 주고 싶어도 우리가 안 보일 때만 가까이 오길래 플라스틱 그릇을 뒤집어서 츄르를 짜서 혼자 먹게 해줬다.
스트릿출신 고양이들이 내가 주는 밥을 먹어줄 때 항상 뿌듯하다.
숙소 입구에는 대문으로 정주석과 정낭이 있다. 큰 돌에 3개의 구멍을 뚫고, 그 사이에 원기둥 형태의 나무를 걸치는 것이 정주석과 정낭이다. 제주의 풍습을 느낄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화장실은 조금 무서웠다. 화장실은 신촌돌집 말그대로 화장실 벽이 어두운 돌로 감싸져 있었다. 뭔가 어두침침해서 무서웠다..
이외의 숙소 내부는 깔끔했고 포근했지만,
내가 원하는.. 편안하지만 현대식 감성이 있는.. (뭔가 Kinfolk 잡지에 나올 것만 같은..ㅎ) 암튼 그런 감성이 아니라서 그런지 재방문 의사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갈 이유를 찾는다면 투숙객들에게만 귤따기 체험이 허용되는 점이다.
신촌돌집은 1박에 20만원 초중반의 가성비 숙소인데, 사장님께서 관리하시는 귤밭에서 프라이빗하게 귤따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귤따기 체험은 신촌 돌집 숙소에서 하는 것이 아닌, 사장님께서 알려주신 곳으로 약 10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동화에서만 나올 법한 붉은 대문이 보였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진짜.. 잴 수도 없을 만큼 넓었다. 왜 투숙객들에게 이런 혜택을 제공해주셨는지 알 것 같다. 귤을 따도 따도 딴 게 티가 안났다.
물론 딸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이다. 사장님이 미리 창고같은 공간에 바구니를 비치해주시고, 그 바구니에 넣을 수 있을 만큼만 따야하며 귤 따는데 사용할 도구도 함께 준비해주셨다.
드넓은 귤밭에서 사진 엄청 찍었다. 우리 밖에 없어서 편하게 귤따면서 놀았다.
Information
- 예약 : 사장님께 직접 문의
- ETC : 투숙객들만 누릴 수 있는 프라이빗 귤따기 체험은 꼭 하고 오시길.
약 1년 전의 여행을 되짚어가며 쓴 글이라 사진도 부족하고 후기도 허술하지만, 첫 째날 제주시 여행 코스를 올리며 글을 마치겠다.
어딜 가든 사진부터 꼼꼼히 찍는 파워 블로거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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