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째날 포근한 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나 바로 안덕면으로 출발하려고 했다.
출발 직전 녹음실 제주 사장님께서 작은 선물과 함께 "날씨가 좋네요. 여행 잘 보내세요." 라고 마지막 인사를 해주셨는데,
뭔가 따뜻한 말인 것 같아서 머릿속에 계속 남을 것 같다.
그렇게 출발하게 된 곳은 오빠의 간단한 여행계획서에도 적어두었던 것 처럼 카페 루시아였다.
첫 날 숙소에서 카페 루시아까지 내비게이션은 내륙으로 이동하라고 했지만, 나에게 좋은 풍경 보여주고 싶었던 오빠는 해안도로를 따라서 이동했다.
차가 덜컹거려서 해안도로의 풍경을 제대로 담진 못했지만 윤슬들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 카페 루시아
카페 루시아에 도착했을 때 바로 사진부터 찍었다.
구름 한 점 없는 역대급 하늘과 비경이었다. 입추가 지난 9월 말에 제주를 찾았지만 푸릇했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옆에 귀여운 강아지가 있었다. 너무 순딩이라 처음보는 나한테도 기분 좋다고 달려들었다.
근데 키가 거의 나만해서 당황스러웠다.
음료는 괜찮은 정도였다. 카운터 옆에 빵들이 엄청 많았는데 우리는 점심을 위해 먹진 않았지만 맛있어 보였다.
커피를 다 마시고 따뜻한 햇살 (사실은 파라솔 없으면 뜨거운) 아래에서 같이 머리를 기대고 눈을 붙였다.
몇 개월 동안 바쁘게 지내서 몸이 지쳤었는데 긴장이 확 풀린듯한 기분이 들었고 오빠도 여유로워서 너무 좋다고 했다.
카페 루시아는 둘 다 첫 방문은 아니고 각자 한 번씩 더 다녀왔었다. 나는 작년 11월에 있던 학회에서 시간이 남았을 때 다녀왔는데, 다방면으로 아낌없는 도움을 주시는 박사님께서 데려가 주셨다. 그때 정말 황홀한 기분도 들었고 풍경을 보는데 행복하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던 것 같다. 이 게시물을 빌려 이런 좋은 공간 소개시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내가 저 때 방문한 후 오빠는 제주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그 때 저 카페를 추천해줬다. 오빠 가족분들도 너무 좋아해주셔서 너무너무 뿌듯했다. 내가 소개해준 곳을 실제로 가서 좋아해준다는 건 정말 나에겐 뿌듯한 일이다.
여유를 부리고나서, 사진찍으러 넓은 야외의 카페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건진 사진들은 아래에.
우리 사진 찍는다고 거의 30분은 돌아다녔다지?
항상 사진 스팟에 맞춰서 삼각대 길이를 조절해주는 오빠한테 감사하다.
꼭 방문해보세요 카페 루시아!!
오빠 다음에는 여기 노을보러 가자.
Information
- 영업시간 : 연중무휴 10:00 ~ 21:00
- 주차공간 : 야외의 손님들이 앉는 자리 밑쪽에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이 외에도 다른 쪽에 주차 공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확인은 못했다. 주차 공간이 넓은 편이다.
점심으로 해물 뚝배기가 땡겼다. 그래서 무작정 근처 해물뚝배기 파는 식당을 찾았는데, 이름은 산방산 초가집 이다.
- 산방산 초가집
쫀득했던 전복 3마리라니. 완전 혜자다...
다른 메뉴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15,000원으로 가장 저렴했던 전복해물뚝배기를 하나씩 주문했다.
전복, 딱새우가 있었고, 대부분 속이 비어있는 게들을 넣어주는데 여기는 살이 가득 차있는 꽃게를 넣어주셨다.
오빠가 나 먹기 편하라고 새우 껍질 까주고 전복 내장 손질 해주고 있었는데 뚝배기가 너무 맛있어서인지 난 내가 알아서 다 먹어버려서 오빠가 내 속도를 못따라왔다ㅋ
그리고 심지어 엄청 컸던 고등어 구이도 서비스로 주셨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미더덕도 있었는데 우리는 편식쟁이라 먹지 못했다.
우리처럼 카페 루시아 방문을 한다면 근처의 안덕면 맛집인 산방산 초가집에 가서 점심 먹는걸 추천한다.
Information
- 영업시간 : 매주 목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은 15:30 부터 17:00 까지), 라스트오더는 19:00에.
- 주차공간 : 주차 공간은 넓지도 협소하지도 않았다.
숙소 입실 시간이 오후 4시부터여서 시간이 좀 남아서 녹차밭을 가보려 했다.
- 오설록 티뮤지엄
푸릇푸릇 초록초록 좋았다.
우리는 세트메뉴는 안시켰고, 녹차와플오프레도 (나) 와 한라봉오프레도 (오빠) 를 시켰는데, 한라봉오프레도가 더 맛있다.
왜 항상 오빠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음료 마시고나서 또 귀엽게 우리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인스타를 보면 녹차 밭 사이사이에 들어가서 인생샷을 건지곤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려 했더니 세상에 꿀벌이 그렇게 많았다.
너무 무서워서 저렇게 사진 찍을 수 있게 공간이 만들어진 곳에서 찍을 수 있었다. 녹차 밭 안쪽으로 좀 더 걸어와야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눈치였다.
Information
- 영업 시간 : 연중무휴 9:00 부터 18:00 까지
- 주차 공간 : 방문객들이 많아서 주차 공간이 길 건너에 하나 더 있다. 사람들이 가장 몰리는 시간대만 아니라면 넉넉할듯 싶다.
- 팁 : 오설록 티뮤지엄 쪽 자리 말고 밖으로 나와서 조금 올라가면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쪽에도 카페가 있는데, 오설록 티뮤지엄보다 덜 붐빈다.
힐링하고 싶어서 편안한 숙소, 그치만 감성도 챙긴 그런 숙소를 찾고 싶었다.
첫 번째 숙소는 만족스러웠지만 두 번째 숙소는 재방문 의사는 없기에 짧게만 리뷰하고자 한다.
- 소소로 (오롯이)
첫 번째 사진의 왼쪽 건물은 사장님의 댁인듯 보였고, 오른쪽의 건물에는 소소희, 오롯이 방이 순서대로 분리되어 있다.
어떤 리뷰에서 오롯이 방이 'ㄱ' 자 형태로 된 창문이 있어서 소소희와는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해서 오롯이로 선택했다.
오롯이는 원룸형 숙소로 저렇게 좁은 식탁으로 침대와 주방이 분리되어 있었다.
침대는 나무로 된 판자 위에 매트리스가 올라가 있는 형태였는데, 나무 판자에 두꺼운 스테이플러가 위로 솟아 있는 형태로 박혀있는 것이었다 (1차 충격). 정말 바로 밟을 수도 있을만큼 자주 지나가는 곳일 것 같아서 바로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그래서 오빠가 임시방편으로 스테이플러를 눌러보려했는데 너무 두꺼워서 눌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장실에서 하수구 냄새가 너무 심해서 (2차 충격) 세면대에는 물을 받아놨으나 소용이 1도 없었다고 한다.. 화장실은 결국 다음날 체크아웃 할 때까지 하수구 냄새를 맡으며 사용했어야 했다. 추가로, 회색 파우치에 각종 전자기기 사용법이 적혀있다고 안내주셨는데 회색 파우치 안에는 리모컨들과 배터리만 있을 뿐 사용법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기간 준비하신 숙소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문제가 되는 부분들을 사장님께서 확인해주시고 잘 해결해주셨으면 한다.
Information
- 예약 : 예약은 카카오톡
- 주차 공간 : 숙소는 두 채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장님 포함 딱 3대가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 조식 : 비대면 입실을 하게 되면 창문 앞의 식탁에 바구니에 조식이 담겨있다. 식빵과 귤피차가 준비되어있고, 계란과 버터, 잼은 냉장고에 넣어주신다.
- 첨언 : 운영하시는 블로그에 고양이가 있길래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못만났다.
서쪽으로 숙소를 잡은 김에 노을을 보러 가기로 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계해변을 갔는데, 해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ㅋㅋㅋ 우리는 이때 처음 알았다.
정말 해 지는 것을 보고 싶다면 찐 서쪽을 가거나 오름을 올라서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해지는 시간까지 보고 나왔는데 결국 해는 지고 있었고, 지는 해 따라잡겠다고 오빠가 운전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해 지는건 못봤다)
그래도 노을에 물든 그라데이션 하늘이 이뻐서 중간에 멈추자 했고 우연히 송악산 아래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리는 차에 내려서 얼른 삼각대를 설치하고 바로 앞에 있던 돌하르방이랑 사진을 찍었다.
내가 생각했을 땐 쫌 귀여운 사진인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돌아가려는데 천재견 보더콜리와 주인이 pitch ball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주인이 공을 던지고 천재강아지는 그것을 가지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우리를 향해 오더니 우리 앞에 공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내가 오잉? 모지? 왜그러지? 하고 있는데 천재강아지가 우리가 아닌 나한테 눈을 맞추고 다시 공을 물고 내 발 앞에 떨어뜨리고 엎드렸다..!
그제야 똑똑이 짱착한 천재강아지의 의도를 알고 뒤늦게 공을 집어 던져줬다.
침이 잔뜩 묻은 공이었지만 너무 귀엽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지막 밤이니 흑돼지를 먹으러 갔다.
나는 숙성도를 가고 싶었는데... 오빠가 찾아본 곳인 팔미돈가 흑돼지 (산방산본점) 을 가게 됐는데 맛이 그저 그래서 저녁 내내 오빠에게 찡찡댔다..
바쁜 나 이해해주면서 혼자 알아봐줬는데 계속 뭐라해서 미안했다 하핫
그래도 고기는 언제나 맛있다.
Information
- 영업 시간 : 연중무휴, 11:30 부터 22:00 까지
- 주차 공간 : 식당 앞과 오른편 안쪽까지 마련되어 있다.
식당에서 돌아와서 하몽과 숙성회를 먹으면서 마지막 날을 마무리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우리 (a.k.a 와알못) 지만, 요새 와인에 빠져있었던 와중에 오빠 동료분들께서 오빠 생일에 와인들을 챙겨주셨다.
둘 째날의 숙성회와 하몽은 ILSANG (일상) 이라는 이자카야에서, 첫 째날의 과일들과 치즈는 편의점에서 샀다.
힐링 여행이 목표였지만 역시 2박 3일은 무리였을까!
다음에는 일주일은 있어봐야겠다.
물론 시간과 돈이 허락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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